‘이젠 세계 선교가 어느정도 끝나지 않았어요?’
교회를 방문할때 성도들에게서 이따금씩 듣는 질문입니다. 요즘은 선교단체도 많고 선교사도 많고 웬만한 교회는 모두 선교에 참여하고 있으니까 선교적으로 커다란 진척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큰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전세계 인구는 70억, 그중 예수를 믿는 크리스찬은 20억, 나머지 50억은 복음을 전해야 할 대상입니다. 연구소의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1시간에 250명 가량이 복음을 들어 보지도 못하고 죽어 갑니다. 미전도종족으로 가득찬 도시 하나가 한달에 하나씩 사라져 버린다는 말입니다. 얼마나 긴급한 상황입니까? 선교는 쉬엄쉬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인도의 기독교인 숫자는 2.3%에 불과합니다. 10년전 통계와 비교해 보면 기독교인 숫자는 줄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나 교회들이 얼마나 많고 또 그들의 보고를 들으면 엄청난 부흥이 일어나는것 같은데 통계는 왜 이럴까요? 인도 선교, 아니 세계 선교는 실패하고 있는 건가요?
선교 전략적 평가는 여기서 다 언급할 수 없지만 한가지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역사적으로 선교현장에서 범한 시행착오를 우리는 지금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선교는 그런 요소들을 얼마나 개선하느냐의 싸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교는 지금 뿌리고 지금 열매를 보려고 하면 안됩니다. 금방 열매가 풍성해지는 경우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성령님의 권한에 맡겨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선교는 오늘 뿌리고 당장 그 열매를 보겠다는 식이었습니다. 최소한 1년내에 뭔가 큰 변화들이 일어나길 원했습니다. 싹이 나고 뿌리가 든든히 내려 열매가 풍성해지는 그런 과정을,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릴 인내심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교도 금방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했습니다. 속성 사역은 뿌리가 약하거나 죽은 나무를 만들어 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역들은 50년도 지나지 않아 말라 죽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계를 다닐때 보게되는 폐허가 된 건물과 빈 공터만 남아있는 현장이 그 증거입니다.
멀리보고 사역하는 선교의 첫걸음은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선교사나 교회는 선교지에 가서 내가 가장 잘하는 사역을 하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또 그렇게 해야합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잘하는 사역이 그동안 보고, 배우고, 해오던 사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하던 것도 선교지 환경에서는 맞지 않거나 불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중에서 심각한 것은 현지인 사역자들을 훈련하고 그들을 앞장 세우는 선교입니다. 선교는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그곳 교회 성도들을 선교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물질로 하는 선교도 안됩니다. 물질이 사역을 해나가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움직이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자세는 현지인 성도들에게 세속적인 관점만 키워 줍니다. 오직 복음과 가난한 심정으로 영혼을 찾아가는 자세는 현지인 성도들이 주님의 관점을 갖도록 돕습니다. 세상의 물질이 아니라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삶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확산과 재생산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성공이라는 생각은 세속적인 것입니다. 큰 교회 하나를 개척하는 대신 마을마다 작은 마을 교회를 개척하고 자립시키는 것이 영적으로 맞습니다.
많은 교회가 단기선교팀을 미전도종족 선교를 위해 보냅니다. 선교지에 가서 프로그램도 하고 선교사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기선교팀을 미전도종족 선교에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더 넓은 지역의 문을 여는 역할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자체로 문을 여는 도구가 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함께 했던 미국 교회의 단기선교팀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처음부터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첫해 단기선교의 목표는 ‘한마을이라도 더!’였습니다. 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마을만 정신없이 돌아 다니다가 단기선교를 마친 분들이 대부분일겁니다. 그 성도들은 인도 선교를 생각하면 마을을 돌아 다닐때 마신 ‘짜이’ 기억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짜이’ 한잔을 나누며 만들어 놓은 연결점은 후에 현지인 사역자가 사역을 시작하는 열쇠였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다리를 통해 사역자들은 열심히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복음의 불모지였던 마을에 복음이 들어가고 교회가 개척되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성도들은 무슨 그림인지 알지도 못하는 작은 퍼즐 조각 하나를 붙이는 역할만 했는데 성령께서는 거대한 명작을 완성해 갔던 것입니다.
마을 교회들은 건물도 없고 성도수도 작고 시설이라고는 장구와 괭과리가 전부입니다. 그 연약한 교회가 이웃을 전도하고 또다른 마을로 복음을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해에 단기선교팀이 찾아오면 또다른 마을을 찾아다니며 접촉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면 사역자들은 또 그마을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단기선교팀이 매년와서 문을 열고 사역자들은 또 개척하고…
이런 끊임없는 확산과 재생산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개척된 마을 교회가 족히 수백개가 넘습니다. 어느 지역은 성도가 한명도 없었는데 지금은 그 지역 마음중 교회가 없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은 실수도 많고 이해가 안되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열기 위해서는 겸손하게 이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러면 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게 될 것입니다.